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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선다.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8-07-02 09:27
조회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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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지 약 30여년이 흘렀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뭔가를 30년쯤 한 사람은 도사가 되어서 휘리릭!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던데, 천만의 말씀.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소설은 소설이라 하지 않던가. 지난 시간 동안 수 천 혹은 수 만 킬로를 뛰어 왔건만 새롭게 맞이하는 10킬로는 또다시 새로울 뿐이고, 지난번 느꼈던 고통도 역시 똑같은 분량으로 다가올 것임을 잘 안다. 오히려 한 주라도 거르면 고통은 배가되어 다가온다. 어제 저녁 엄청난 과식을 했다고 해서 오늘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며, 그간 내가 먹었던 모든 음식이 단 한끼의 다가올 시장기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 끼니, 우리는 새로운 배고픔 앞에 놓이는 것처럼, 1시간여 마주할 새로운 고통 앞에 뒤돌아 서려는 자신을 다그치며 출발점 위에 자신을 세운다. 끼니와 달리기의 차이는 끼니는 거르는 게 고통이고, 뛰는 것은 뛰는 게 고통이라는 점이다.

두어 달 만에 필리핀 지사에 출장을 왔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그사이 몇몇 낯익은 얼굴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몇몇 낯선 얼굴들이 출발점 위에 서 있다. 그들이 나에게 새로운 만큼 나도 그들에게 새로운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 익숙함 안에서 그들의 존재조차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달해야 할 목표는 변한 게 없으며, 상황도 변한 것이 없고, 단지 어제와 오늘의 선수만 일부 교체되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맞이하는 오늘은 새로운 출발‘점’이 아니라 어제에서 이어진 ‘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뛰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일깨움을 준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으며, 어제의 고통이 오늘의 고통을 덜어주지 않는 것처럼,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달리는 출발점 위에서 매번 매섭게 느낀다. 어제 성공했다면 어제의 고통을 이겨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 성공하려면 오늘도 어제와 같은 분량의 고통을 이겨내어야 한다. 이 사실은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성공’이 그토록 고통을 감내하며 달성할 가치가 있는 가치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세속적 성공을 뒤로하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로부터, 신의 세계에 들기 위해 또는 해탈이라는 경지에 들어서기 위하여 정진하는 수도자에 이르기까지 뭐든 자신이 목표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같은 분량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실은 변함 없으니, 무엇이 진정한 성공이고 어떤 고통이 가치 있는가 하는 따위의 논쟁은 글쟁이들이 방구석에서 궁상 떨 주제로 남겨 놓기로 한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평생 생존을 위하여 살아 온 장사꾼이 마주하는 현실은 또다시 마주하는 달리기나 배고픔의 고통처럼 머리가 아닌 몸뚱어리와 창자에 새겨지는 생생한 감각일 뿐이다. 덧붙여 그 너머에 있는 성공은 실체가 없지만 조준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조준하지 않으면 나는 나의 병사들에게 의미 없는 존재가 될 것이며, 내가 조준하고 있으면 그 거리를 좁혀가기 위해 수많은 실패의 덫을 건너야 하는 그들에게 나는 가혹한 또는 욕심 많은 장사치로 보여지게 되리라는 것은 꼼짝하지 않는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성공의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보이는 고통과 눈물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삶이다.

고통이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고통이 있냐 없냐의 문제라기보다 무엇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느냐의 문제다. 아이를 낳는 산모는 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 나는 뛸 때 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 그리고 사업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 돈 버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 돈으로 밥을 사먹고, 술을 사 마시고, 아늑한 집에 몸뚱이를 누이는 것은 그 고통을 넘어서는 행복이다. 월급날을 놓치지 않고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것 역시 기업가로서는 엄청난 행복이며, 그 액수에 툴툴거릴지언정 그 액수가 올라가는 그래프를 머리에 그리는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기업가는 직업이라기보다 운명 또는 팔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직업은 본인이 능동적인 의지를 갖고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희망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선택한다.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선택한다. 그에 반해 기업가라는 것은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직업을 얻지 못해서 살 길을 찾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기업가가 되기 위해 입사 인터뷰 따위를 한 적도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적어도 내가 사업가로 접어든 계기는 그랬다. 세상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기업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서 기업을 시작했다. 의미는 그 다음에 만들어졌다. 마치 아이를 갖고 비로소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처럼 기업가로서의 사명도 그렇게 생겼다.

기업가로서의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매일 마주해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는 늘 새롭다. 장수의 잘못된 지휘에 병사들은 고통 받고 죽을 수 있는 것처럼 기업가의 잘못된 판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의미 없는 일을 하다가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은 매일 새롭다. 백 번의 끼니를 이어 왔어도 단 한 끼 앞에서 우리가 똑같은 시장기를 느끼는 것처럼, 백 번의 전쟁에서 살아 남았어도 단 한번의 전쟁에서 죽을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선다.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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