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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같은 너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8-02-13 09:06
조회
512

눈에 띄지 않게 내 글을 망치는 ‘번역투’



미세먼지. 최근 몇 년간 환경과 건강 관련 카테고리에서 끊이지 않고 대두되는 이 문제.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호흡기를 통해 폐에 쌓이고, 심지어 피부를 통해서도 스며들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이 지긋지긋한 미세먼지.

번역에도 미세먼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눈에 잘 띄지도, 내가 쓰는지조차 잘 모르는 ‘번역투’라는 녀석이다. 번역이니까 당연히 번역투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은 버리자. 번역은 기본적으로 출발어를 도착어에 맞도록, 즉, 도착어 ‘사용자 및 독자’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미만 통한다고 번역이 아니다. 번역이 아닌 ‘해석’만 해도 원문의 의미는 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번역투를 간단히 정리했으니, 꼭 확인하고 수정하여 내 글, 내 번역본에서 미세먼지 같은 번역투를 몰아내 보자.

[have] ~을 갖다
점심시간에 사장님과 식사 시간을 가졌다. (X)
점심시간에 사장님과 식사를 했다. (O)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가진다. 시간도 갖고, 여유도 갖고, 회의도 갖고, 식사도 갖는다. 요새 제로라이프가 유행이라는데, 이제 시간도 여유도 회의도 식사도 굳이 갖지 말고, 보내거나 즐기거나 보자.

[of] ~의, ~에
그 회사의 제품의 스펙은 매우 뛰어나다. (X)
그 회사 제품의 스펙은 매우 뛰어나다. / 그 회사의 제품 스펙은 매우 뛰어나다. (O)
사실, 어디에 갖다 붙여도 자연스러워 보여, 소유격 조사 ‘의’는 퍽 편리하다. 그러나 ‘의’를 남발한 글 모양새는 썩 좋지 않다. 나 향상을 위해 ‘의’를 조금만 줄여보자.

[by] ~로 인해, ~로 하여금
난 너로 인해, 그 죄로 인해 기다림을 앓고 있다고 (X)
난 너로, 그 죄로 기다림을 앓고 있다고 (O)
노래 가사에서야 시적 허용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인해는 사실 굳이 필요가 없다. 영어의 수동태를 배울 때 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쓴 것이지, ‘로’ 자체에 ‘인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만 쓰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서 못 견디겠으면 ‘~때문에’ 정도를 붙여줄 수 있겠다.

[she/he] 그녀/그
김연아 선수가 대회에 출전했다. 그녀는 신기록을 세웠다. (X)
김연아 선수가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신기록을 세웠다. (O)
우리말에는 그’녀’와 그를 구분 짓지 않는다. ‘그’ 하나만으로 남성/여성 모두를 지칭할 수 있는데, ‘그’'라는 표현은 사실 일어의 彼し(かれし, 카레시)와 彼女(かのじょ, 카노죠)를 번역하다 생겨난 것이다. 공중파 뉴스를 유심히 들어보자. 여성이 주체인 사건을 전달할 때, 두 번째로 주체를 언급할 때 ‘그는’ 이라고 말하는 앵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from] ~로부터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X)
친구에게 편지를 받았다. (O)
어쩐지 ‘~로부터’라는 표현을 쓰면 주체와 객체가 명확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하지만 대상이 사람이라면 ‘~에게’, 장소라면 ‘~에서’ 같은 표현으로 대체해보자. 글이 훨씬 담백해질 것이다.

[~s/복수표현] ~들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렉스코드가 성장할 수 있었다. (X)
여러분의 사랑으로 렉스코드가 성장할 수 있었다. (O)
우리말은 다수를 표현할 때 일반적으로 앞뒤에 수식어를 붙인다. 많다, 적다, 다양하다 등, 이미 ‘다수’를 나타내는 표현이 선행되거나 따라올 때, 굳이 ‘들’을 억지로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위의 예시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볼 수 있는 표현을 정리한 것이다. 이 외에도 ‘하여금’, ‘덕분에’, ‘대부분의’ 등 표현도 번역투이니,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 때 한 번씩 점검해보자.

오늘 뉴스레터 내용으로 인해, 독자분들로부터 자신이 쓴 글 내용 품질이 올랐다는 다양한 피드백들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도 기쁜 소식은 없을 것이다.

품질기술팀 김정래
070-7994-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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