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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 회사 대표님들께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12-04 15:41
조회
896

어쩌다 보니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입장이 되었네요. 통번역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평생동안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서비스라 생소할 수 있지만, 이쪽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저희 회사 이름 정도는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의 규모를 논하기엔 남들의 눈으론 도토리 키재기일 것 같아서 생략하고,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에게는 목표점이 되고 있는 회사라는 생각에 나름 책임감을 갖고, 통번역 산업 전체가 발전하기 위해 개선되었으면 했던 평소의 생각 몇 가지를 말해볼까 합니다.

 

우선 우리는 남들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투자도 유치하고, 세간의 주목도 받고, 한방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 따위와는 거리가 먼 업종이라는 것을 인정합시다. 물론 조 단위에 이르는 규모의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연 매출 백억을 넘기는 회사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통번역 회사들은 화려하고 거창한 무엇보다는 냉정하고 겸허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견실하게 성장해 가겠다는 전략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고객이 찾는 홈페이지에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론 어떤가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통번역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너무 조악하거나 반대로 거창한 내용들이 마치 여러겹의 팝업창처럼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100%입니다.

 

“24시간, 고객대응팀 운영”

“국내 최다 언어, 최고의 품질, 최저가 보장”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최선을 다하는 번역”

“글로벌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주는 전문가 집단 보유”

 

 

최고, 최선, 최저 따위의 시쳇말로 ‘폰팔이 광고’ 수준을 넘지 못하는 조악한 홈페이지가 우리의 주 고객층인 공기관, 기업 등의 실무 담당자들의 눈높이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24시간 고객 대응팀’은 사장님이신가요, 아니면 주말 당직을 서는 직원인가요? 정말로 토요일 새벽 4시에 연락하면 업무를 진행하시나요? 게다가 사용하는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위의 보기 사진처럼 대부분 백인들이 회의실에서 해맑게 웃으면서 문서를 들고 대화하거나, 발표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거나, 빌딩 숲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는 등, 그야말로 ‘개나 소나’ 다 썼음직 한 이미지를 배너에 걸어 놓으면, 쪽방 같은 사무실에서 직원 두어 명이 좀비처럼 낡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듯한 판타지를 고객도 함께 느껴주리라 생각하시나요?

 

그마저도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점입가경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통역 및 번역 서비스 업체는 674개, 그중 연 매출 10억 원 미만의 영세한 규모가 632개로 전체의 94%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통번역 회사 홈페이지 나와 있는 조직도는 대기업 조직도 뺨치게 거창하고, 심지어 해외지사 주소도 버젓이 올라가 있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거 너무 심한 허세 아닌가요? 지금의 고객들은 구글맵으로 주소를 검색해서 스트릿뷰 보는 정도는 삼장법사가 손바닥 위에 놓인 손오공을 내려다보는 것 이상으로 손쉽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숨 쉬듯이 맛집을 검색하고, 여행지를 물색하는 세대가 여러분의 회사를 검색하는 거래처의 실무자들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검색해보니 허름한 동네의 단독주택이거나 공터, 심지어 검색도 안 되는 그 해외지사는 아마도 대표님이 세 들어 살았던 집이거나, 직원 또는 해외에 거주하는 통번역사의 주소를 빌린 것이거나, 지인에게 부탁해서 얻은 주소일 경우가 대부분일 텐테, 만약 그런 허세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맨탈이라면 영원히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제 손모가지 걸고” 장담합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꾸밈과 과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허세보다는 진정성 있게 소통하겠다는 자세가 오히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아, 그리고 홈페이지 맨 상단 첫 메뉴에 등장하는 회사소개, 그 아래 하위 메뉴 첫 번째에 나오는 CEO 인사말과 함께 양복 입고 팔짱 낀 사진은 당장 지워버리세요. 검색 광고에서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클릭당 만원이 넘어가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입된 소중한 고객은 회사 CEO 인사말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고객들이 얻고 싶은 정보인 서비스와 가격에 대해서 우선 제공하시고, 거창한 비전과 클리셰 같은 문구는 맨 오른쪽이나 아예 페이지 하단으로 내려도 무방합니다.

 

 

둘째, 직원들 교육에 투자하세요. 구단주나 감독이 제아무리 최고, 최선을 외쳐봐야 트레이닝 되지 않은 선수가 시합에서 이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병사가 전쟁터에서 이기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훈련입니다.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지 않고 그 돈으로 사장님이 골프 치면서 접대하면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렉스코드에 입사한 모든 신입사원은 두 달, 320시간의 교육 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장업무 상황이나 수시모집과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교육과정을 다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최대한 모든 교육을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두 달 치의 교육 과정과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역량과 소양이 부족한 직원은 탈락하기도 하고, 좋은 자질을 지닌 직원은 비로소 실전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이때 신입사원 1인당 약 800만 원 이상의 교육비가 듭니다. 사장님! 사장님 회사의 직원이 이렇게 준비된 우리 회사 직원들과 경쟁한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요?

 

셋째, 작은 매출이어도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세요. 연구개발이라고 하니까 거창한 것 같지만, 작게는 CAT 툴이라도 정식으로 구매해서 직원에게 충분히 숙달시키거나, 앞서 지적한 조악한 홈페이지를 대표님이 몇 페이지라도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서 새롭게 개편하는 것과 같은 작은 일들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습관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저희처럼 연간 2~3억 단위의 연구개발 투자를 할 내부 역량과 조직이 쌓이는 겁니다. 선행된 연구개발 경험 없이 당장 수억 원을 주고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100%라는데에 저의 또 다른 한쪽 “손모가지”를 겁니다. 개선도, 혁신도, 그것을 시도할 노력조차도 없는 회사가 외칠 수 있는 구호는 오직 하나뿐이겠죠. “최저의 가격, 최선의 노력, 최고의 품질, 24시간 대기!”

 

마지막으로 개방하시고, 공유하세요. 시간 나시면 저희 회사도 방문하셔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어려움과 치부도 공유하시고, 그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 같이 고민해 봅시다. 만약 저희보다 큰 회사라면 저희를 비롯한 타 회사들이 벤치마크하고 본받을 만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십시오. 매출 조금 더 나온다고, 직원 수 몇 명 더 있다고, 회사 연혁이 조금 더 길다고, 그런 배경들이 리더십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공지능, 비대면, 4차산업, 빅 데이터와 같은 개념이 화두로 오르는 시기에 통번역 산업은 어떻게 그런 시대의 흐름을 타고 넘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 간 너무 고립되어 있고 배타적입니다. 역사상 어떤 국가나 조직도 폐쇄안에서 성장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실이 이럼에도, 우리는 “까놓고” 보면 피차 별 볼 일 없는 존재들이 마치 등을 한껏 부풀려 올린 길고양이처럼 경계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길 가던 행인 발길 한 번이면 흩어질 존재들입니다. 어느덧 네이버나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가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로 무장한 채, 번역 사업을 명함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들 앞에서 대기업이 영세상권 죽이느니, 힘없는 회사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느니 하고 칭얼거려봤자 “그러니까 너네는 영세한 거야”라는 소리밖에 못 듣습니다. 그런 소릴 듣느니, 힘 좀 빼고, 우리나라에도 좀 번듯한 로컬리제이션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서로 개방하고 공유하는 속에서 경쟁과 협업을 병행하고, 빅 플레이어와도 기술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산업이 되도록 우리의 모습을 정비해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통번역회사 대표님들.
언제든 연락주세요. 소주는 제가 살 테니.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yham@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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