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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같지 않은 번역을 위하여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9-03-25 19:00
조회
1451

번역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번역된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고 자라며 청소년기부터는 번역된 필독 도서들과 세계 명작 인문고전들을 읽습니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 해외 뉴스들도 번역 과정을 통해 전달됩니다. 오래전의 성경부터 오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까지, 문학은 물론 정치, 경제, 종교, 예술, 스포츠 등 예외 없이 모든 분야에서 번역은 필수입니다. 이런 외국어 정보를 쉽게 때로는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어디선가 부지런히 ‘언어 변환’을 하는 번역사와 통역사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완벽한 기계 번역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번역을 잘할까요?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쉬운 예로, 문맥상 ‘식은 죽 먹기’를 뜻하는 “It’s a piece of cake”를 ‘그건 케이크 한 조각이야’로 번역했다면 그건 ‘번역’이 아니라 그저 일대일의 치환일 뿐이죠. 문맥을 살피고 행간에 숨은 내용까지 파악하고 때로는 문화적 배경까지 검색해서 원문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번역’을 하는 번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 있는 번역사도 때론 실수합니다. ‘0’ 하나 때문에 만 달러가 십만 달러로 껑충 뛴다거나, 미디어 아티스트인 Leigh Sangwon을 회화작가 Lee Sangwon으로 잘못 표기하여 엉뚱한 인물을 소개하게 된다거나, 보름달을 의미하는 ‘온달’이 바보 ‘온달’로 둔갑한 경우도 있습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이 말하는 동백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빨간 동백꽃이 아니라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 없이 Camellia flower로 번역을 한다면 완전한 오역인거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오른쪽의 생강나무 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정확한 검색이 우선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마련한 여러 장치를 활용합니다. 한국관광공사나 문화재청에서 제공하는 표기 지침과 문화재 명칭 표기 기준 규칙 같은 것들 말이죠. 예를 들어, 자연 지물이나 문화재 등의 고유명은 로마자로 그대로 유지하고 그 속성을 설명어로 의미역 하는 것 입니다. 한강은 Hangang River, 불국사는 Bulguksa Temple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이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Chungnyeolsa Temple로 번역되곤 하는 충렬사는 절[寺] 이 아닌 사당[祠] 이므로 이대로 번역할 경우 잘못된 관광 정보가 됩니다. 또한 강으로 오인할 수 있는 ‘소금강’, ‘채석강’은 각각 계곡과 층암절벽을 의미하니 최대한 검색을 거쳐 관광객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되도록 알맞은 설명어를 붙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설명어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오르골’을 “Oreugol Valley”로, 교회 ‘신도석’을 “Sindoseok Rock”으로 번역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자, 이제 번역을 완결해도 될까요? 검색과 지침을 준수한 번역물이라도 빠듯한 시간에 쫓기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나 결점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궁극의 목적인 자연스러운 번역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바로 원어민과 사내 감수자들의 ‘감수’라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문맥을 지향하면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번역의 최종 검토입니다. 절인지 사당인지, 그 온달이 저 온달인지, 동백꽃인지 생강나무 꽃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여러 장치를 거쳐 탄생한 번역물에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는, ‘마치 처음부터 번역도 감수도 없었던 듯, 애초부터 해당 언어로 쓰인 듯 자연스럽게 읽힌다’일 것입니다. 그런 번역들을 위하여 번역사와 감수자들은 오늘도 시계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합니다. 잘못하여 실수가 생기면 책임과 함께 존재가 보이고, 잘하면 보이지 않으니, “없는 듯한” 존재를 기꺼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품질기술팀 심윤정 에디터
070-7994-4121 / yjshim@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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