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내가 모르던 초월적 세계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9-03-25 14:40
조회
249

동시통역 현장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나는 분명히 중국인 연사의 중국어 발표를 듣고 있는데 수신기의 이어폰만 꽂으면 한국어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어폰으로 들리는 정확하고 빠른 통역을 통해 청중인 나는 연사의 발표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처럼 생생하고 고요한 화자와의 대화가 더욱더 놀라운 점은 컴퓨터가 통역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전문 통역사,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Wework Creator Awards에서 진행한 동시 통역 현장


“~이번 미팅에 동시통역이 필요한데요, 바이어가 공장을 방문하는 미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와 같은 전화는 대부분 수행 통역을 찾는 전화이다. 화자의 말을 동시(同時)에 가깝게 옮기는 게 동시통역이니 미팅 자리에 참여하여 양측의 말을 통역하는 것이 바로 동시통역이지 하시겠지만 사실 동시통역과 수행 통역의 품질과 형태는 극과 극이다. 동시통역의 경우 통·번역대를 졸업한 전문 통역사들이 2인 1조로 짝을 이루며, 마치 타임머신같이 생긴 커다란 통역 부스 안에서 통역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통역한다. 실제로 연사의 발언 시작 즉시 통역이 시작되기 때문에 통역으로 인한 시간의 딜레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수행 통역은 동시통역보다 통역의 집중도가 높지 않은 상황의 통역이다. 화자들의 발언 이후 통역이 이어지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배 정도로 길어진다. 이처럼 동시통역과 수행 통역은 분명한 특징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국제회의나 포럼의 경우에는 빛처럼 빠르게 통역하는 동시통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국인 손님의 가이드 투어 시 통역이 필요하다면? 일반 수행 통역이 맞다!


다시 동시통역으로 돌아와서, 동시통역의 경우 통역사님들은 일정 확정 후 전달되는 자료들을 받아 숙지하며 사전에 파트너 통역사와 파트를 나눈다. 고도로 정밀하고 전문적으로 통역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기에 동시통역의 품질이 다른 통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당연지사이다. 연사 이름의 음독이나 의학, 법 등의 전문 용어까지 하나 놓치는 것 없이 꼼꼼히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행사 전부터 행사의 보안 문제, 연사의 문제 등으로 발표 자료 전달이 일주일 이상 지연되어 당일에 자료를 받아 통역이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료도 없이 어떻게 통역을 준비했으며 그렇게 철저하게 통역하시는 건지 현장에서 매번 나만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다. 한 번은 행사 직전 PPT 자료를 받아 본 통역사님께 물과 함께 걱정의 말을 건넸다. “자료를 이제야 받아서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통역사님이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잘 집중해서 머리 굴려봐야죠.”


내가 만나본 모든 전문 동시통역사님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순발력과 정확한 판단력의 프로들이었다. 그들은 지금껏 내가 본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장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맡은 동시통역 프로젝트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책임감과 함께 강한 자극의 설렘이 가득하다. PM으로서 동시통역 부스와 통역사님들을 살뜰히 챙기고 고객께 인사드리다 보면 금세 통역이 시작된다. 한쪽 구석에 자리한 나는 통역사님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뒤로하고 수신기(리시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러면 몇 번을 들어도 신기할 만큼 차분하고 정확한 통역이 들린다. 외국인 연사의 논문을 우리말로 들을 수 있으며 즉흥적인 농담에도 다 같이 웃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지를 사람이 해내 왔다니! 가히 내 인생 최고의 소름이다.




통역사업부 정혜령PM
02-521-2709 / haleyjeong@eqqui.com

전체 0

전체 19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99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을 위하여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을 위하여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을 위하여
Lexcode | 2019.03.25 | 추천 4 | 조회 1451
Lexcode 2019.03.25 4 1451
198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Lexcode | 2019.03.25 | 추천 4 | 조회 230
Lexcode 2019.03.25 4 230
197 내가 모르던 초월적 세계
내가 모르던 초월적 세계
내가 모르던 초월적 세계
Lexcode | 2019.03.25 | 추천 3 | 조회 249
Lexcode 2019.03.25 3 249
196 비숑 프리제가 회사에 온 이후…
비숑 프리제가 회사에 온 이후…
비숑 프리제가 회사에 온 이후…
Lexcode | 2019.03.25 | 추천 3 | 조회 299
Lexcode 2019.03.25 3 299
195 떰즈업을 탈출하라
떰즈업을 탈출하라
떰즈업을 탈출하라
Lexcode | 2019.03.25 | 추천 3 | 조회 164
Lexcode 2019.03.25 3 164
194 내가 너를 만나야 하는 이유(CAT tool에 대해서)
내가 너를 만나야 하는 이유(CAT tool에 대해서)
내가 너를 만나야 하는 이유(CAT tool에 대해서)
Lexcode | 2019.03.04 | 추천 1 | 조회 653
Lexcode 2019.03.04 1 653
193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2)
Lexcode | 2019.02.28 | 추천 3 | 조회 399
Lexcode 2019.02.28 3 399
192 저널랩, 누군가의 완생을 위해서 탄생한 미생
저널랩, 누군가의 완생을 위해서 탄생한 미생
저널랩, 누군가의 완생을 위해서 탄생한 미생
Lexcode | 2019.02.28 | 추천 2 | 조회 170
Lexcode 2019.02.28 2 170
191 [기업탐방/유니에스] 외국인도 몰려오는 한국 관광지
[기업탐방/유니에스] 외국인도 몰려오는 한국 관광지
[기업탐방/유니에스] 외국인도 몰려오는 한국 관광지
Lexcode | 2019.02.28 | 추천 3 | 조회 239
Lexcode 2019.02.28 3 239
190 흔하지 않은 호주 생활기
흔하지 않은 호주 생활기
흔하지 않은 호주 생활기
Lexcode | 2019.02.28 | 추천 3 | 조회 218
Lexcode 2019.02.28 3 218
189 번역의 건조함에 대하여
번역의 건조함에 대하여
번역의 건조함에 대하여
Lexcode | 2019.02.11 | 추천 9 | 조회 753
Lexcode 2019.02.11 9 753
188 왜 번역회사에 편집팀이 있는 줄 아시나요?
왜 번역회사에 편집팀이 있는 줄 아시나요?
왜 번역회사에 편집팀이 있는 줄 아시나요?
Lexcode | 2019.02.11 | 추천 4 | 조회 377
Lexcode 2019.02.11 4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