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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숑 프리제가 회사에 온 이후…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9-03-25 13:50
조회
965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했다. 개를 좋아하는 만큼 반면 누군가에 대한 책임이 이미 가득 차 있는 내 삶에 더하고 싶지 않다는 저항도 컸다. 더 소유하고, 더 누릴수록, 그것을 떠받치기 위해서 삶의 어떤 부분은 더 희생되어야 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이치를 이미 터득한 터였다. 비워낼수록 더 많은 공간이 생기고,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삶이라 했다.

“사랑해, 고마워, 안아줄게” 만약 개가 사람의 말을 한다면 온통 저와 같은 말일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그들은 인간에 의해 배신당하는 순간에도 그 주인을 믿고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에 의해 배신당한 인간도 개를 믿고 의지한다.

“살다 보면 나 역시 남에게 수없이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반대로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누구도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뿐이다…”

이와 같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외쳐도 그 외침이 끝나는 자리에 가슴이 촉촉하게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입사한 지 불과 두어 달도 안 돼서 집안에 일이 생겨서, 생각했던 것과 조건이 달라서, 그사이 다른 회사에 취직해서,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퇴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뽑아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한 그들의 말을 믿은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초라해진다. 저잣거리의 술 파는 아가씨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말은 내 주머니를 노리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입사 때 업무 조건과 연봉, 복지까지 다 재본 후 합격 소식에 감사해하던 사람이 불과 두어 달 후 “생각과 달라서” 퇴사하겠다고 할 때, 심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푹 파인 가슴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내 앨범 수 천장에 담겨있는 그들의 모습,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의 카메라에 나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들어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은 또 무너져 내린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상대에게 나는 자꾸 다가간다. 그들은 그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존재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떠날 수 있는 존재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반려견은 주인에게 그 옆자리를 내준다. 내가 밀어내도 내 옆자리에 다리를 포개고 앉는다.

어느 주말 나는 이미 애견숍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있었다. 생후 두 달 된 하얀 털복숭이 강아지를 입양했다. 비숑 프리제, 털 빠짐이 없어서 게으른 또는 깔끔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견주에게 적합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어서 혼자서도 비교적 잘 놀 수 있는 반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어 헛짖음이 없고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명랑한 성격의 녀석이다. 개도 사람처럼 어린 강아지에게는 아기 살 냄새가 난다. 강이지 이름은 회사 이름 따서 렉스라고 지었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내 방은 직원들이 주로 최후통첩을 하는 장소였다. 단두대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누군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는 순간 내 가슴은 철렁하고는 했다. 그들 역시 내가 “잠시 내 방으로 와 보세요”라고 하는 순간, 막연한 긴장을 느끼곤 했을 것이다. 사장실이란 주로 그런 장소였다. (또는 점심시간에 붐비는 탕비실을 피해 내 방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러 들르거나)

입양 며칠 후, 내 사무실 한편에 울타리를 치고 이놈의 공간을 만들어 줬다. 아직 어린놈이기도 하지만 그냥 함께 있고 싶었다. 그렇게 렉스가 회사에 첫 출근(?)한 날, 회사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렉스가 오자마자 사무실에 아이돌이 온 것처럼 온 직원이 모여들었다. 지금껏 내가 목격한 경험이 없는 환영이었다. 그 이후부터 렉스는 내가 회사를 시작한 이래 사장으로서 절대 누려보지 못한, 아니 세상의 어떤 사장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다.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렉스에게 안부 인사를 온다. 물론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사이 수시로 들여다보곤 한다. 내가 자리를 비운 점심 무렵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쏟는다. 누군가는 내가 지어준 이름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애칭으로 숑이라고 부른다. 나는 옆에서 그들이 그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빛을 바라본다. 순수한 애정과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이다. 우리가 서로 마주 앉았을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눈빛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는 모두 그렇게 애정이 그리운 존재들이었나 보다. 대가 없이, 계산 없이 순수하게 사랑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나 보다. 내가 똥오줌을 치워주는 한이 있어도 오직 반가움에 쪼르르 달려와서 내 품에 안길 수 있는 그런 대상이 모두 그리웠나 보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던 사람들이 오늘도 사장실에 모여서 자세를 낮추고,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팔을 벌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말을 먼저 뱉는다.

“렉스, 이리 와 봐~”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yham@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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