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엄마’라고 하면 세상의 아기들은 다 알아들어요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10-30 15:50
조회
248

 

‘엄마’라는 단어는 세계 공통어다. 한국의 ‘엄마’는 인도(타밀)에 가서 ‘암마’로 불리고, 네팔에서는 ‘아마’로 불린다. 엄마의 가장 흔한 형태는 ‘마마’인데 중국에서부터, 일본, 남쪽의 필리핀, 북쪽의 러시아, 서쪽의 스페인, 그 아래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의 아기들은 모두 ‘마마’를 찾는다.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맘마’, 불어로는 ‘마망’ 폴란드말로는 ‘마모’, 베트남말로는 ‘메’, 영어로는 ‘맘’ 등 지역에 따라서 발음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아랍어로 엄마는 ‘엄니’처럼 들린다.

 

이쯤 되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해 봐야 한다. 어떻게 지구상의 모든 엄마들이 똑같은 단어를 아기에게 가르쳤을지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 오히려 그편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태어나면서 처음 옹알거리는 소리, 그 원초적인 소리는 대략 모음 ‘아’와 자음 ‘ㅁ’이 합친 ‘암~’과 같은 소리다. 아기가 내는 이 소리에 엄마들이 신이 나서 외친다.

 

“어머, 얘가 이제 엄마를 부르네~”

 

그러면서 엄마 여기 있다며 그 소리가 자신을 부른 거라며 일종의 ‘코딩’을 시작한다. 사실 엄마보다 더 원초적인 만국 공통 언어는 ‘맘마’다. ‘맘마’는 아기가 젖을 빨 때 참은 숨을 내쉬는 순간 나오는 소리와 매우 유사하다. 젖을 빠느라 숨을 참을 때는 ‘엄’ 또는 ‘음’과 같은 콧소리가, 내쉴 때는 입을 벌리면서 ‘아’와 같은 모음이 나온다. 함께 들으면 음아, 맘마, 맘 등으로 들린다. 세상의 모든 아기가 내는 이 소리를, 옆을 지키고 있던 엄마들이 듣고 그 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며 학습을 시작했다. 만약 그 순간을 아빠들이 목격했다면 엄마는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을 텐데… 아쉽다.

 

엄마라는 단어가 아기가 내는 소리에 의미가 코딩된 것이라면, ‘어머니’는 코딩된 의미가 보다 정형화된 형태로 발전해서 의도적으로 학습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어머니가 되면서 당연히 변화의 폭은 넓어진다. 영어로는 ‘마더(Mother)’, 이탈리아, 스페인말로는 ‘마드레(Madre,)’ 중국말로는 ‘무친(母亲)’, 일본말로는 ‘하하(母、はは)’ 등으로 각 문화권과 지역에 따라서 변화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한다.

 

*참고로 이렇듯 어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Lexicology라고 한다. 여기서 Lexicon은 어휘라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 회사 이름 Lexcode도 Lexicon과 Code를 조합한 이름이다. 어휘는 사물의 명칭과 인간의 사고를 글이라는 형태로 형상화한 것이고, 코드는 그것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소통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은 소위 말해서 코드가 맞아야 서로 이해하고 잘 지낼 수 있다.

 

언어를 연구하면 인간이 얼마나 서로 닿아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를 알 수 있다. 애국심은 영어에서도 동일하게 ‘Patriotism’, 충성심은 ‘Loyalty’라고 각각 그 의미가 알맞게 상응하는 단어가 있지만, 효도는… 딱히 들어맞는 영어 단어가 없다. ‘filial piety’라는 단어가 익히 알려져 있긴 하지만, 사실 효도라는 단어와 완벽하게 상응한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와 닿지 않는다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일 듯싶다. 이것은 그 문화권에서는 해당하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관계를 중요시한다. 아빠 쪽의 큰아버지, 큰어머니, 고모 등이 엄마 쪽으로 가면 삼촌과 외숙모가 된다. 심지어 같은 자식끼리도 형제, 남매, 자매 등으로 세분화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인간관계보다 사물의 객관적 묘사에 중점을 둔 표현이 많다. 한국말로는 ‘크다’와 ‘거대하다’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 크기에 대한 표현이 영어에서는 big, large, huge, jumbo, colossal, gigantic, massive, immense, sizable, vast, tremendous 등으로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다른 표현들이 존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부피가 크면 bulky, 용량이 크면 capacious,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crowded, 공간이 크면 spacious, 그 공간에 방이 많으면 roomy, 그 방에 물건이 많으면 packed, 음식 등의 양이 많으면 ample 등 한국의 촌수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표현이 펼쳐진다.

 

또 다른 예로 ‘길’을 걸어가 보자. 일반적인 way나 road, lane 등에서부터 시작해서 집 주변에 걸을 수 있는 trail이나 pathway, 차를 몰고 나오면 골목길 같은 drive, 건물 사이로 난 court나 parkway, 나아가서 차와 사람이 다니고 상점이 있는 street, 그 스트릿을 가로지르는 avenue, 그보다 더 널찍한 boulevard, 원거리로 이동하는 highway, 통행료를 내지 않는 freeway, 지하에는 subway 등 수많은 길들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칭하는 아파트의 외부 공간은 정확히는 발코니이며, 옥탑방 마당이 베란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바닥만 포장되어 있고 지붕이 없으면 흔히 테라스라고 한다. 복층 구조의 서양식주택에서 파생된 단어는 주로 단층 주택에서 거주했던 동양의 건축물에서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듯 문화권에 따라 서로 상이한 개념이 있는가 하면, 알고 보면 놀랍도록 동일한 용어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모두가 좋아하는 빵은 포르투갈말로도 ‘빵’이며, 구한말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되었다. 프랑스말로는 ‘팽,’ 이탈리아말로는 ‘파네’라고 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서로 독립된 언어군이라 주장하지만 두 나라의 언어는 방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닮았으며, 이것은 중국어와도 마찬가지다. 수천 년간 같은 지역에서 공존한 사람들끼리 언어가 전혀 다르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랄 일일 것이다.

 

한편 우리가 영어로 알고 있지만 아랍에서 유래된 단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잘 알려진 커피에서부터 시작해서 chemistry, alcohol, candy, cotton, guitar, hazard, garbage, jar, admiral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레몬이나 마사지, 그리고 매거진까지도 모두 아랍어에서 차용된 영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크게는 미국과 중국이 맞서고 있으며, 아시아로 와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BTS가 한 말을 두고 한-중은 신경전을 벌이고, 독일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동상을 두고 한-일은 극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같은 나라에서조차도 이념에 따라서, 종교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또 나이에 따라서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은 지구상 어디에서 태어났든 간에 똑같이 ‘엄마’라는 단어를 배우며 삶을 시작했다. 개념이 발달하는 단계에서는 효도가 뭔지, 이종사촌은 누군지, 큰 것은 어떻게 큰지, 길은 또 왜 다 다른지에 대한 대답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지만, 결국 인간의 본질로 돌아와서 우리는 모두 똑같은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매거진’을 읽는 존재다. 장벽은 우리의 ‘개념’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실존하는 것들 안에서 모든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

 

언어는 장벽이 아니라 소통이자 이해의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소박하고 거대한 바람이다.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yham@lexcode.com

전체 0

전체 297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97 MBTI는 당신이 통역사인지 번역사인지 알고있다?!
MBTI는 당신이 통역사인지 번역사인지 알고있다?!
MBTI는 당신이 통역사인지 번역사인지 알고있다?!
렉스코드 | 2020.11.25 | 추천 1 | 조회 425
렉스코드 2020.11.25 1 425
296 ‘엄마’라고 하면 세상의 아기들은 다 알아들어요
‘엄마’라고 하면 세상의 아기들은 다 알아들어요
‘엄마’라고 하면 세상의 아기들은 다 알아들어요
렉스코드 | 2020.10.30 | 추천 1 | 조회 248
렉스코드 2020.10.30 1 248
295 애정과 애증, 그 중간 어디즈음
애정과 애증, 그 중간 어디즈음
애정과 애증, 그 중간 어디즈음
렉스코드 | 2020.10.30 | 추천 0 | 조회 215
렉스코드 2020.10.30 0 215
294 사회초년생 꿀팁, 청내공 하세요!
사회초년생 꿀팁, 청내공 하세요!
사회초년생 꿀팁, 청내공 하세요!
렉스코드 | 2020.10.30 | 추천 0 | 조회 206
렉스코드 2020.10.30 0 206
293 나는 요상한 사람들과 일한다
나는 요상한 사람들과 일한다
나는 요상한 사람들과 일한다
렉스코드 | 2020.10.30 | 추천 1 | 조회 232
렉스코드 2020.10.30 1 232
29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번역 PM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번역 PM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번역 PM을 합니다
렉스코드 | 2020.09.29 | 추천 14 | 조회 2157
렉스코드 2020.09.29 14 2157
291 빠름의 미학, Zero Friction을 꿈꾸다
빠름의 미학, Zero Friction을 꿈꾸다
빠름의 미학, Zero Friction을 꿈꾸다
렉스코드 | 2020.09.29 | 추천 2 | 조회 591
렉스코드 2020.09.29 2 591
290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1)
렉스코드 | 2020.09.29 | 추천 1 | 조회 599
렉스코드 2020.09.29 1 599
289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렉스코드 | 2020.09.29 | 추천 1 | 조회 565
렉스코드 2020.09.29 1 565
288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렉스코드 | 2020.09.29 | 추천 4 | 조회 490
렉스코드 2020.09.29 4 490
287 국내거주 재외동포 채용, 프로젝트 PM에 도전해보세요!
국내거주 재외동포 채용, 프로젝트 PM에 도전해보세요!
국내거주 재외동포 채용, 프로젝트 PM에 도전해보세요!
렉스코드 | 2020.09.25 | 추천 2 | 조회 700
렉스코드 2020.09.25 2 700
286 대한민국은 꼰대 공화국?
대한민국은 꼰대 공화국?
대한민국은 꼰대 공화국? (1)
렉스코드 | 2020.09.04 | 추천 6 | 조회 1806
렉스코드 2020.09.04 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