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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과 애증, 그 중간 어디즈음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10-30 15:48
조회
570

 

모든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은 공감할 것이다. 출근하자 마자 숨 돌릴 틈 없이 자리에 앉아서 메일을 여는 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알리는 아직 ‘읽지 않음’으로 표시된 수많은 Bold체의 메일들의 압박감을. 특히 그중에서 고객의 메일과 번역사, 작업자들의 메일을 분류하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장의 파일을 빠르게 검토해야 하는 PM에게 ‘시간’이란 다소 진부한 말 같지만 ‘’이다.

 

업무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하여 야근 시간을 줄이고, 이른바 칼퇴를 하여 남편과의 신혼생활을 즐기는 개인적인 일상에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나에게는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시간은 금과 같았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생각을 살짝 비틀어 준 계기가 된 사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일반 번역 PM에서 논문 교정 전문 저널랩의 전담 PM으로 팀을 이전하면서 생긴 슬럼프 사건이다. 내 생각,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른 업무 패턴을 가진 저널랩의 고객들은 그야말로 회사 내에서는 긍정파워, 에너자이저로 통했던 나를 녹다운 시키기에 충분했다. 밀린 업무와 검토 후 납품해야 하는 파일들이 오롯이 나만을 기다리는 와중에 끊임없이 울리는 벨소리와 문자 알람, 그리고 쌓여가는 이메일들이 피할 틈도 없이 치고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통씩, 각자 사연도 다르고 직위도, 경험도 다른 저자님들의 문의 전화와 문자에 답변해드리게 위해 내 전화기는 항상 충전이 배고픈 상태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기본적인 문의부터 전문적인 질문까지 답변해 드리는 일이 바로 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면 안 되지만, 사실 초반에는 이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메일로 주고받는 것이 익숙지 않으셔서 궁금한 점이 생기시면 (기존의 메일에 해당 안내 사항이 전달되었더라도 미처 체크하지 못하시고) 바로바로 전화나 문자를 주신다는 점이라던가, 대게 평일 업무시간에는 본업으로 너무 바쁘셔서 질문을 쌓아 두셨다가 퇴근 후 또는 주말을 이용하여 연락을 주신다는 점이라던가, 그리고 각자 전달하고자 하시는 스토리가 많아, 한 번 상담을 시작하면 기본 30분 이상씩 전화를 끊지 않으셔서 다른 전화를 받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나를 ‘멘붕’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쳐갈 때 즈음,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에도 울리는 핸드폰을 붙잡으며 터덜터덜 걸어가던 그 날이 기억난다. 꼭 퇴근 후에만 질문이 생각나신다는(?) 고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던 날이자, 내 슬럼프가 날아갔던 바로 그날.

 

“PM님! 지난 번 투고했던 저널에서 Accept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이번 달까지는 결과가 나와야 박사학위 신청이 가능한 거였는데,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 PM님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어랏? 이 기분은 뭐지? 내 논문도 아닌데… 내가 박사가 되는 것도 아닌데… 이 희열감은 대체 뭘까?’

 

핸드폰이 뜨거워지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이처럼 참 간단했지만, 그 의미는 참 깊었다. 이 전화를 받고 난 뒤로부터 나는 고객의 입장과 상황에 감정이입, 즉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저널측 리뷰어의 Feedback에 대한 수정본을 1주일 안에 재투고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내가 더 안달이 나 고객에게 수정이 얼마나 되셨는지 먼저 연락해 시간 단위마다 체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을 정도.

 

물론 고객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던 저널랩 초창기의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지금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건을 진행하다 보니, 우리가 투고를 도와드린 고객분들의 저널에 일일이 들어가 리뷰 현황을 체크하는 그야말로 “1:1 전담 마크 서비스”는 많이 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도움을 요청하시는 분들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널랩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나의 최선은 그들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저널에 게재되기까지 함께 고민하며 성공을 기원하는 바로 “공감”하는 마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이 연구가 왜 대단한 연구이고, 저널에서 알아줘야 하는 연구인지 생명공학 분야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30여 분 동안 맞춤 강의를 해 주시는 박사님,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연구하고, 실험했는지 다사다난했던 자신의 경험을 말씀하시느라 전화를 안 끊어 주시던 교수님, 지난번에 Reject을 받으시고 크게 상심하셔서 당시 리뷰를 맡았던 Reviewer의 관점이 왜 틀렸는지 설명해 주시느라 다음 process 진행에 대한 제 얘기는 안 들어주셨던 연구원님. 떠올리면 당시의 곤란함 때문에 큰 숨을 내쉴 수밖에 없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웃음이 나는 나의 고객님들. 사실 아직도 내 금 같은 업무 시간과 그 외의 개인적인 시간까지 드나드시는 고객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사랑합니다 (♥)



저널랩 이신화 과장
02-521-6695 / shlee@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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