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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인터뷰] “화상 상담회, 코로나 이전과 그 이후” 이재경 영어 통역사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07-30 14:21
조회
751




에퀴코리아 PM들 사이에선 ‘비타민’으로 통하는 통역사가 한 명 있다. 바로 이재경 영어 통역사. 10여 년간 에퀴코리아와 함께 한 그녀는 특유의 톡톡 튀는 발랄함으로 인해 ‘비타민’으로 칭해지지만, 그보다도 뛰어난 통역 실력과 재치 있는 현장 대응력,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통역 업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주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해왔는데 코로나 전에는 그 장소가 해당 기업이나 호텔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대부분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재경 영어 통역사” 코로나 이후, 달라진 비즈니스 통역 현장의 모습을 알아보자.


오늘 에퀴코리아 사무실로 직접 방문해주셨어요. 어떤 일로 오신 건가요?

지금 계속 연이어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코트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화상 상담회 때문에 왔어요. 보통은 재택으로 하고 가끔 코트라 양재 본사로 가긴 하는데, 오늘은 요 인터뷰도 할 겸, 에퀴코리아 사무실에 처음 와보네요.


에퀴코리아와는 거의 10년 정도 함께 일해 주셨죠.

네, 맞아요. 처음에는 렉스코드로 알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에 킨텍스에서 뷰티 박람회가 있었는데, 친한 다른 통역사들과 함께 지원을 했었구요.
*에퀴코리아(eQQui)는 렉스코드 통역사업부에서 독립하였습니다.


10년 동안 에퀴코리아와 함께 하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음, 저는 친한 통역사랑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에퀴가 가장 잘한 건 비샛(Bis@t)을 만든 거랑 오렌지색 볼펜을 만든 거야"라고. (웃음) 다른 상담회에 가도 에퀴코리아의 오렌지색 펜을 사용하는 통역사들을 많이 봐요. 한마디로 에퀴코리아가 가장 잘한 건 홍보, 즉 브랜딩 아닐까 싶어요. 아! 그리고 손으로 상담일지를 쓰는 게 아니라 비샛을 사용하는 것도 좋았어요. 저희는 (통역사는) 그냥 손으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그만이지만, 나중에 복사 같은 걸 하면서 펜이 번지거나 할 수도 있고, 검토하는 입장에서도 똑같은 종이 하나를 가지고 5번, 6번을 봐야 하는데… 그건 불편하죠. 정말 초창기에는, 그땐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라, 이 종이를 언제까지 쓰겠나 언젠간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말을 했었어요.


아까 화상 상담회 때문에 오셨다고 했는데, 화상상담회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올해 2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수출상담회가 주로 진행됐어요. 바이어가 직접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제품도 직접 보고 국내 업체 담당자랑 대면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 회의하는 걸 수출상담회라고 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교통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고, 이 수출상담회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졌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산업이 멈춰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대체 방법으로 ‘화상 상담회’를 선택한 거죠. 외국에 있는 바이어나 협력사와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진 못하지만, 화면으로나마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것을 이용해서 직접 수출을 한다거나 합작을 하는 등의 가능성도 있구요. 물론 이전에 화상 상담이 없던 건 아니에요. 비정기적으로 아주 가끔 있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활성화된 게 처음인 거죠.


화상 상담회의 수가 코로나 이후에 급증했죠?

그쵸. 그전엔 한 달에 2, 3건 정도였다면 지금은 거의 매일 해요. 이게 저한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거고요.



화상 상담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영어권 국가는 작년까지 스카이프라는 프로그램을 많이 썼어요. 화상으로 이렇게 회의할 수 있는. 그런데 요즘에는 스카이프가 아닌 줌을 사용해요. 아마 코로나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줌이 아닐까 생각해요. 줌은 한 번에 여러 명이 입장할 수 있고, 파일, 비디오, 오디오 등을 올려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비대면 화상 상담회의 경우, 면대면 수출 상담회와 비교하였을 때, 계약이 추진될 가능성이 낮은가요? 보통 비대면 상담일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거든요.

음, 화상이나 수출 상담회나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질문은 국내 업체분들도 자주 하시고, 걱정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걱정 대신 몇 가지 팁을 드리죠. 바이어와 상담 분위기가 좋았다면 추후 미팅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려요. 첫 상담이 끝났다고 속으로 아쉬워만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상황에 따라 2차, 3차까지 미팅을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요청하라고 말씀드려요. 오히려 화상 상담이기 때문에 스케줄 잡기도 용이하답니다.


화상 상담회에서 유독 잘 나가는 품목이 있나요?

품목은 화상 상담이나 수출 상담 같이 ‘상담회’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죽는 시장은 죽고 사는 시장은 사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쉬워요. 오히려 중요한 건 시기라고 할까요? 어떤 국내 업체는 원래 화장품을 다루던 곳이었는데, 올해 손 세정제로 품목을 바꿨어요. 그런데 이게 엄청나게 팔리고 있죠. 아, 그리고 또 다른 수혜자는 밀키트 업체에요. 외국은 현재 록다운 된 상태라 시장도 못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밀키트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한번 사두기만 하면,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전세계가 이렇게 밀키트 요구가 많아진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특히 떡볶이나 부대찌개 밀키트가 엄청 인기에요.


화상 상담회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기존에 수출상담회에서는 상담 끝나고 나서 공장 방문 등의 약속을 따로 잡아야 했어요. 바이어들이 실제 제품이 팔리는 매장이나, 현장 반응, 그리고 공장 등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바이어 스케줄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게 성사되기가 진짜 어려운 일이어서 참 아쉬웠었는데… 화상 상담회는 제품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대신에, 실제 수출 상담장에 가져가지 못하는 큰 제품이나, 공장 등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어 마스크를 판매한다면, 판매되고 있는 매장을 보여줄 수도 있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여줄 수 있어요. 마스크를 만드는 공장의 모습을 통해 신뢰감을 얻을 수도 있구요. 활용만 잘한다면 장점이 더 많은 게 화상 상담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상 상담을 낯설어 하는 고객이나 바이어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낯설어하기보다는 어려워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죄송한데 제가 이걸 처음 써봐서..."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이에요. 그러면 저는 "괜찮습니다. 누구에게나 코로나는 이번 생에 처음이잖아요. ○○님에게만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말해요. 죄송할 일이 전혀 아니거든요.


화상 상담 통역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잘 들리는지 체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초창기에는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 같은 경우, 버퍼링이 너무 걸려서 바이어들이 정말 힘들어했어요. 이분들은 접속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로그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올해 3~4월에 아무래도 화상 상담이 급증하다 보니… 이 문제가 정말 컸어요. 그런데 일단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잘 들리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빠른 시간 안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끝까지 마이크가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과감하게 노트북을 끄고 핸드폰으로 입장하라고 해요. 와이파이를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건 핸드폰밖에 없거든요.


빠른 판단을 하는 것도 통역사님의 역량인 것 같아요.

저도 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들이지만, 일을 처음 해보는 통역사님이라면 바이어나 국내 업체와 같이 당황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안 되는 건 없어요. 답답하긴 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서 쌓이는 게 바로 노하우인 거죠.


앞으로 화상 상담 통역을 비롯한 통역 업계는 어떠한 식으로 변화할까요?

제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보고 들은 게 있으니, 한번 얘기해볼게요. 사실 코로나 종식이 언제일지 우리는 아무도 알 수가 없어요. 장기화되는 걸 보니 아마 내년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화상 상담은 쭉 유지 될 거예요. 화상으로 해도 이정도의 성과가 나온다면, 어쩌면 비용적인 것도 훨씬 절감할 수 있으니까 화상 상담을 많이 활용할 것 같아요. 수출 상담회는 바이어 비행기 푯값, 숙소 값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오다 보니까 전부 맞춰줘야 하고 그러면 또 인력이 투입되고… 그랬거든요. 화상 상담이 유지되면서 아마 지금보단 뭔가 더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상의 발전도 있을 거고, 사람들의 화상 미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할 거고요. 지금 쓰고 있는 ‘줌’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업체들이 저마다 프로그램을 개발해낼 거예요. 사실 상담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패러다임이 확 바뀔 거예요.


통역사를 꿈꾸는 분들이 많아요. 매력적인 직업이니까요. 조언해 주실 수 있나요?

예비 통역사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는 건 제 입장에서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제가 선구자나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아요. 굉장히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요. 가장 쉬운 거 하나 알려드릴게요. 바로 유튜브인데요, 사실 우리도 우리나라말 100% 다 모르잖아요. 특히 신조어 참 많고요. 예를 들어 ‘물광 피부’ 어떻게 통역하면 좋을까요? 어렵죠. (웃음) 저는 그래서 유튜브를 많이 봐요. 유튜브에는 살아있는 말들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또 통역사는 한 분야만 통역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조금 아까 자동차 부품에 관련된 상담을 했는데, 내일은 비행기 부품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또 다음 주에는 화장품 원료 상담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유튜브에선 분야도 정말 많고요, 실제 현장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현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서 저는 유튜브를 용어 선생님으로 두고 공부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말은 죽어서 가만히 있지 않아요. 살아 움직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나도 공부해야 해요.


“통역사는 무조건 통번역 대학원을 나와야 하나요?”,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나요?”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통번역 대학원을 가는 건 굉장히 좋아요.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드시’는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공식 통역 자격증이란 게 없어요. 그래서 간혹 자격증을 준다는 이상한 사이비 학원이 있는데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통역 자격증은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어떤 자격증이나 수료증보다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더 나아가서 ‘상대방을 대신 표현해 주는 방법’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담회를 예로 들게요. 국내 업체분들은 얼마나 애달프겠어요. 통역사가 내 생각처럼 말해주면 안 될까 항상 바라고, 또 걱정하실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직역을 기준으로 하되, 고객이 원하는 걸 빠르게 캐치하고 “대표님, 지금 반응을 보니까 이렇게 말하기보단 저렇게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좀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곤 해요. 이런 센스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 동시통역의 경우 통번역대학원 졸업이 기본적인 자격입니다.


그렇다면 통역사의 태도라고 할까요? 마인드 적으로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음, 가끔 보면 발음을 사정없이 굴리며 통역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통역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미국 바이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쓰는 동남아, 서남아 등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를 만나는데 그런 식으로 사정없이 발음을 굴려버리면 그분들은 못 알아들어요. 통역사의 역할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말들을 이어주는 것인데, 말을 그렇게 혼자 쭉 해버리면 상대방은 못 알아듣거든요. 그래서 발음을 빠르게 해선 안되고, 또박또박 말해야 하고, 못 알아들을 것 같으면 쉬운 단어로 바꿔서 통역하는 게 중요해요. 통역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유창하게 말하면서 나를 뽐내는 게 아니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오후부터 다시 스케줄이니까, 저는 이만 통역하러 가봐야겠어요! (웃음)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재경 영어 통역사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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