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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앞당긴 디지털 시대의 사무실 모습은?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05-28 17:18
조회
1257

P사원은 출근하자마자 캐비닛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들고 비어 있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사실상 모든 자리는 마치 카페처럼 공용 데스크라 지정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즐겨 앉는 창가 쪽 자리가 어느덧 “내 자리”가 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의무 출근날이 아니어서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데스크는 P사원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 층마다 20여 명 넘게 북적이던 사무실에 서너 명 정도만 드문드문 출근해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열고 회사 협업 시스템에 접속하니 온라인 저편에서 재택 근무하는 동료들의 아이콘이 주르륵 떠오른다.

 

 

출근했습니다!”

 

짧은 메시지를 전체 메신저에 입력하고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협업 시스템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고 파일의 전달과 공유를 용이하게 해준다. 업무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파일은 이미 클라우드 공간에 저장되어 있음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만 한다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문서를 열든지 간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P사원이 노트북을 들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맞춰서 그동안은 마치 공식인 양 사무실 데스크 위에 놓여 있던 수많은 전화기들도 전부 없어졌다. 이제는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여 업무용 전화를 당겨 받는다. 사무실 바닥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전선이나 랜선 등은 없어졌고, 지금은 회사의 마스코트 렉스가 맘껏 뛰노는 텅 빈 공간이 되었다.

 

위 모습은 가상의 상황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근무하는 실제 렉스코드의 사무실 모습이다. 렉스코드와 에퀴코리아는 2020년 5월을 기점으로 업무 방식과 그 환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COVID-19은 강을 건너기를 주저하는 무리들을 강제적으로 강 저편으로 건너가게 했다. 그 너머에는 말로는 수없이 외쳤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주저해왔던 디지털 시대가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건을 계기로 나는 렉스코드를 영구적인 재택근무 기반 회사로 바꾸기를 결심했다.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응하면서 얻게 된 새로운 가치와 자신감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통해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고, 세간의 우려와는 다르게 회사는 여전히 (오히려) 견실하게 (더 높게) 성장하고 있다.  감시와 관리를 기반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분명한 동기와 목표를 갖고 일하는 조직이 더욱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고문서에도 등장하는 이론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말대로만 됐을 거라면, 모두가 그 방식으로 성공했을 것이다.  낭만적이거나 낙관적인 기대에 기초한 경영이 실전에서는 얼마나 허무하게 약점을 노출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경험한 터라,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부분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했다.  글쟁이들은 성선설과 성악설을 두고 수십 년간 다툴 수 있지만, 당장 제때 논에 모를 심지 못하면 한 해를 굶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농부들은 자신의 품성이 원래 악하든 선하든 상관없이 오늘 해지기 전에 저 논을 갈아야만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한 것은 지난번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업무 환경을 최대한 완벽하게 로컬 기반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로컬기반과 클라우드 기반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로컬기반은 업무 과정에서 필요하거나 생성된 모든 정보를 개인이 사용하는 PC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저장하는 방식이고, 클라우드 기반은 그것을 구글, 아마존, 네이버, 마이크로 소프트 등에서 제공하는 서버에 저장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는 이 클라우드 기반이 확립되어야만 비로소 회사의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디바이스로든 필요한 정보에 접속해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수차례 의견 수렴을 거쳐 우리는 주 3일은 재택근무, 주 2일은 회사 근무의 형태를 채택했다. 빨간색이 모두 파란색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앞으로의 사회는 대면에서 비대면 사회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물론 거기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비대면’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비대면이 주는 장점 못지않게, 직접 대면을 통한 협업의 필요성과 그것의 효율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고, 비대면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공식 출근일로 정하였다. 온라인이라는 것은 따뜻하지 않은, 비인간적 측면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게다가 사업이란 건 우리끼리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고객층과 상호작용하는 활동인 만큼 오프라인 활동은 여전히 필수적인 영역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제 회사의 물리적 작업 공간이 문제점으로 노출되었다. 주 2회만 회사에 출근하는데 개인마다 파티션으로 분리된 고정석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특히 폭 1.6m에서 2.2m에 이르는 개인 공간이 필요하냐가 최대의 화두였다. 돌이켜보니 우리는 그간 직장을 곧 제2의 집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확보하여, 취향에 맞게 꾸몄다. 어느덧 세월은 흘렀고 시대는 바뀌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세가 된 요즘, 누가 직장을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에 살림(?)을 차리려고 하겠는가. 따라서 이미 회사에 둥지를 튼(?) 부서장급 임원에게만 고정석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유 업무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1인당 계산한 책상의 넓이는 1.2m로 기존 대비 최대 1m까지 줄였다. 줄어든 개인 공간 대신 함께 사용하는 공유공간과 그냥 빈 공간을 더욱 확보하기로 했다. 개인 공간이 없어지고 책상 크기가 줄어든 만큼 개인 사물을 놓아둘 수 있는 사물함을 모두에게 배정하고, 책상 상판을 이중구조로 주문 제작하여 하단에는 간단한 개인 소지품을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문구류는 공동공간에 배치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이동성과 활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그간 사용하던 PC도 전부 회수하고, 직원들 모두에게 노트북을 지급하였다. 이에 따라 무선망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하고, 책상마다 고해상도 모니터를 설치해서 많은 문서도 문제없이 볼 수 있도록 했다. PC를 따라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유선 케이블을 걷어내니 박스 두 개가 꽉 찬다.  지난 20여 년간 늘리기만 해온 책상과 파티션, 그리고 개인에게 지급했던 물품이 트럭 2~3대 분량이다. 모두 버렸다. 아깝지 않아서가 아니라, 낡은 것을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으므로…

 

이렇게 바뀐 사무실은 기존보다 더욱 쾌적하고 청결해졌다. 개인 공간이 없어져서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도서관에 가서 자리를 잡듯, 어디든, 그날에 기분에 따라, 편한 자리에 가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대중교통 버스에도 개인이 선호하는 좌석이 있듯, 공동 사무실에도 개인의 자리는 습관적으로 정하는 것 같긴 하다) 쾌적한 공간은 그 공간에 들어서는 사람의 기분을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한다. 이로써 업무 능률은 오르고 낭비는 줄어든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소중한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고. 우리는 그 위기를 소중하게 다루며 진보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yham@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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