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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는 혁신이었을까? 테슬라가 답한다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04-29 11:11
조회
195

타다를 더 이상 못 타게 되었다. 많이 아쉽다. 대한민국에서 택시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타다는 그런 불편함을 깨끗하게 해소해 주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불편함도, 경로와 요금에 따른 신경전도, 다른 운전자에게 욕설을 내뱉는 운전기사 옆에서 느끼던 불안감도, 또는 수없이 반복했을 그들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불만을 참고 들을 필요도 없이 그냥 타고 내리면 그만이었다.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에서 느꼈던 Friction(마찰)을 없애 주는 것, 그것에 충실한 서비스였다. 요금은 약간 비쌌지만 불편함을 해소하는 대가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은 택시 사업자들은 변화의 물결 앞에 밀려나는 것이 대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혁신적인 서비스였을까? 내가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거창하게 또는 숭고하게 정의한 후 “거봐, 타다는 혁신이 아니었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반대로 “혁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변화야”와 같은 클리셰를 던지고 싶지도 않다. CEO가 후드티 입고 포인트 들고 피치 한다고 해서 그것을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혁신은 거창하진 않지만, 누구도 먼저 해본 적은 없고, 경외감이 들 정도는 아니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신기함 정도는 느끼는 그런 유익한 변화 정도로 정의하겠다. 이 기준에 의하면 타다는 혁신이 아니라, 그냥 니치마켓을 잘 공략한 서비스였다고 판단한다.


 

VC들 앞에서 피치한다고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필자)

 

선행했던 서비스로는 우버(Uber)를 비롯한 중국에는 디디추싱(滴滴出行), 동남아에는 그랩(Grab) 등이 있었다. 타다는 우버 등과 같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재하고 있는 한국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렌터카 사업이라는 형태로 변형하여 이식한 사업이었다. 법의 허점을 노렸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합법적이라는 뜻도 되니까, 허점을 노렸다고 하든 합법적인 경로를 선택했다고 하든 그것은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영역으로 남겨 두겠다.

어떤 형태를 취했든 간에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타다는 택시, 또는 택시의 대체재로서의 운송수단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택시 사업자들은 서울시의 경우 대당 7~8천만 원에 이르는 라이센스 비용을 내고 근로기준법 등 각종 규정을 지켜야 하는 데 반해, 타다는 ‘무늬’는 기사가 달린 단기 렌터카라는 형태를 취하면서 이와 같은 규정을 비켜나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일방에게 불공평한 경쟁이었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개정된 여객 운수 사업법의 요체는 타다와 같은 서비스에도 기존 택시 사업자와 동일하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할 것을 명문화했다는 것인데 이런 이유로 해당 법률이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지만, 한 번만 더 짚어보면 이와 같은 규정이 없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법규대로 운수사업을 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기존의 택시를 타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택시 운송업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타다의 사업 형태가 그들의 주장처럼 혁신적인 서비스는 아니었고, 다만 법망의 허점을 시기적으로 잘 파고든 니치서비스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상대가 나쁜 놈이라고 해서 내가 천사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에 비하면 쿠팡은 혁신적인 사업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많이 있다. 서비스를 만든 후에 투자금으로 스케일업을 해서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올린 후 이익을 내는 방식이야 이미 케케묵은 실리콘 밸리식 전략이라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런 전략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과감하게 실행하고 투자금을 기반 시설에 투자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전례 없는 물류와 배송망을 갖추었다는 점, 그 결과 오프라인 마켓의 강자인 이마트나 롯데마트 회장님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면서 그들이 오히려 온라인 마켓의 후발주자가 되도록 시장을 재편하였다는 점은 충분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면에 있는 적자도 전례 없이 혁신적이지만 말이다.

내가 목격하는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와 하이퍼루프를 이끌고 있는 일런 머스크이다. 그는 전기자동차가 더 이상 골프 카트가 아니라 내연기관을 압도할 수 있는 스포츠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사실 자동차의 동력장치를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바꾸었다는 것은 혁신의 아주 미세한 부분이다. 앞으로 자동차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는, 테슬라가 자율주행기능과 같은 서비스를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으로 자동차에 다운로드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통신망이 필수인데, 일런 머스크는 이를 또 하나의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서 이루어 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에서 시도한 공중으로 쏘아 올린 로켓을 다시 지상으로 회수하여 수직으로 착륙시키는 장면은 어릴 적 장난감 로켓을 손으로 들어서 쒸육- 발사하는 시늉을 한 후, 손으로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던 기억을 연상케 할 만큼 순진하면서도 오히려 어른이 되면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회수 가능한 로켓에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인공위성 60개를 싣고 최종적으로 4만 개가량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지구를 커버하는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그가 추진하는 “Starlink”라는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것이 구축되면 테슬라 자동차는 전 세계 어디든 자율 주행으로 Roaming(돌아다니다)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이퍼루프는 진공터널에 승객이 탑승 가능한 캡슐을 담아 목적지로 쏘아 보내는 운송수단이다. 진공터널 내에서 캡슐은 마찰과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시속 약 1,200km로 주행하는데,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20분대로 주파하는 속도다. 고속철보다 건설비가 현저하게 적게 들고, 자동차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보다 빠른 운송수단이라는 것이 일런 머스크의 주장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 기존 비용의 10분의 1의 비용으로 하이퍼루프를 건설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결국 많은 논란 끝에 기존 사업자와의 사업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정부의 결정에 승복해야만 했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테스트 중인 하이퍼루프

 

앞서 타다는 타다 금지법으로 모빌러티 혁명이 정체되었다고 탄식했다.
흠... 일런 머스크가 들으면 뭐라고 답할까?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yham@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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