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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에 대하여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04-29 10:50
조회
189

 

아주 어릴 적, 내 취미는 독서였다. 누군가 “너는 취미가 뭐니?”하고 물으면 당당하게 ‘독서’라고 말할 수 있었고, 아주 적은 횟수기는 하지만 그를 통해 쌓은 실력으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몇 번 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도 클수록 독서와는 점점 멀어졌다. 매일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학생의 머릿속에 교과서 이외의 책을 떠올릴 여유는 없었다.

 

대학생이 된 후, 시간은 많아졌지만 한참을 잊고 살던 독서를 다시 취미 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미련이란 게 학교 도서관으로 잡아끌어 종종 들리기도 했지만, 그렇게 빌려온 책은 펼쳐보지도 않은 채 기한이 닥치면 허둥지둥 반납하기 일쑤였다. 이것도 물론 취업 전의 이야기다. 그때는 아주 가끔이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곤 했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 이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통근 시간만 왕복 4시간가량으로 지쳐가던 나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체력이 비축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잊고 지내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먼저 렉스코드의 복지 제도를 이용하여 입사 후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빌렸다. 그동안은 사내에 비치된 책들을 훑어볼 때마다 ‘이 책 재밌겠다.’라는 생각은 몇 번 해봤지만, 막상 대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 생활에 한창 적응 중이기도 했고 긴 통근 시간으로 인해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어 책을 빌리고 싶지 않아, 항상 나중을 기약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 책 빌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마음이 다시 바뀌기 전에 얼른 책을 집어 들었고 곧바로 도서 대여 시트에 내 이름과 책 제목을 적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독서’를 찾게 됐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주말이면 침대에 늘어져서 하루를 보냈던 내가, 먼저 엄마에게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말을 꺼냈다. 엄마가 장을 봐오고 주차장에 도착하면 그제서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려가 짐을 나르고 정리하는 정도만 겨우 했던 나인데, 이제는 먼저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귀찮음을 누르고 엄마를 돕는 행위가 아닌, 같이 외출하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함께 장을 보러 다닌 지 2~3주쯤 되었을 때, 엄마는 문득 “너 이렇게 엄마랑 장 보러 다니는 거 엄청 오랜만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런가 싶어 이렇게 내 의지로 매주 엄마와 외출한 적이 언제였지, 하고 되짚어보는데 어쩐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학생 때는 학원 때문에 바빠서, 백수 시절에는 취업 준비해야 해서, 회사 다닐 때는 피곤해서 등 항상 핑곗거리가 있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소중한 것들에 대해 잊어간다. 잊고 싶어서 잊는 것이 아닌, 마음속 여유의 부재로 그것들은 잊히기 마련이다. 누구나 나처럼 기억 저편에 묻어 놓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는 내가 잊었던 그 ‘무언가’에 대해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경영지원팀 최유경
070-7994-4135 / ykchoi@eqq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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