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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00일 차 번역사업부 신입 일기: 완생을 위한 수습보관함

작성자
렉스코드
작성일
2020-04-02 17:29
조회
389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통상 2~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둔다. 그건 이 사람이 회사에 잘 적응할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관찰 기간인 셈이다. 렉스코드는 수습 기간이 2개월이기 때문에, 입사 3개월 차를 달리고 있는 나는 이미 그 기간이 종료되었고 어엿한 정식 사원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익숙해져 감과 동시에 아직은 서툴기만 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 보니, 스스로 수습 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메일 쓰기’

입사 이전, 나에게 메일이란 차선의 소통 방식이었다. 파일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달까? 하지만 대학에서의 메일과 사회에서의 메일의 도구적인 사용법은 천지 차이였다. 사회에서의 메일은 공식적인 비즈니스 도구였다. 특히 내 직무인 번역 PM은 내부적으론 팀원들, 그리고 보통은 고객들과 전화나 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같은 내용이라도 핵심을 담아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메일의 경우는 공식적인 기록이 남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사 원어민 감수팀인 PH팀에게 최대한 기한을 앞당겨 빠르게 감수해달라는 협조 요청 메일을 보내야 할 때가 간혹 있다. 이때 나는 어떻게 하면 메일을 받는 이가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명확한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게다가 영어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배가 된다. 자칫 영어표현을 잘못 썼다가 무례하고 경우없는 사람으로 찍힐까 봐 유튜브에서 ‘기분 나쁘지 않게 독촉하는 방법’ 등을 검색해 배운 문구를 항상 끝말에 붙이곤 한다. “please ~~at your earliest convenience!”

이러한 고민은 고객들에게 메일로 상황을 전달해야 할 때 더욱 깊어지게 된다. 막상 열심히 써 놓고도 전송 버튼을 누르는 대신, 선임PM분들께 검토를 받고 보내기 위해 임시 보관함에 저장하기가 부지기수. 그 뿐만 아니라 하나 가지곤 역시 부족할 것 같아, ‘조금 더 명확한 느낌’ 혹은 ‘조금 더 친근한 느낌’ 등 여러 버전의 메일을 또 쓰고 고민하고, 결국 저장하고… 그렇게 임시 보관함에 쌓인 메일들만 벌써 70여 통이 넘었다.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도 막상 다음날, 써 놓은 메일을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기껏 저장해 놓은 메일을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일은 이젠 일상다반사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수십 번 이상의 습작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데, 그처럼 내가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이 메일들도 언젠가는 ‘썩 마음에 드는 메일’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될까? 라는 의문을 머릿속에 반복한 채, 오늘도 나는 메일함을 열어 삭제할 메일과 보낼 메일들을 골라낸다.

태생부터 무엇이든 잘하는 완벽한 인간은 없기에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그 과정에서 배워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생’이라고 불리는 것이고, 이 기간은 ‘완생’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이다. 누구든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입사 100일 차인 나처럼 다 각자만의 수습 기간을 따로 거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사회의 미생들 역시 이 기간을 잘 견뎌내어 함께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번역사업팀 곽지은
02-521-9345 / jegwak@lexco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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