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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속삭였다 행복은 무제한 공짜라고.

작성자
Lexcode
작성일
2018-10-10 10:09
조회
51

1박 2일로 계획하고 나선 주말 자전거 여행은 출발부터 경쾌하다. 집을 나서며 올려다본 가을 하늘에는 푸른 바다가 담겨있는 듯 파랗다.
여행의 목적지는 “동해안 어딘가” 정도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가는 버스에 자전거와 몸을 싣는다.
버스에는 군인이 많은데 이들 중 대부분은 휴가나 외박에서 부대로 복귀하는 중으로 보인다. 과거 미 육군에서 6년간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던 시간이 오버랩 된다.
그들의 청춘은 조국을 위해 징집되었고, 나는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을 위해 복무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창밖의 맑은 하늘에 스르르 잠이 든다.


창밖의 맑은 하늘

 

 

 

 

 

 

 

미시령이었을까? 3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마지막 고개를 깔딱거리며 넘어 곧 종착지에 도착한다. 시골의 텅 빈 터미널에 몇몇 승객이 내린다. 빽빽한 일상에서 텅 빈 공간으로 이동하니 자연은 더 생생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짐칸에서 자전거를 빼고, 패니어를 장착한 후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 입구까지는 멀지 않다. 더 이상 자전거는 진입할 수 없는 곳까지 왔다. 통일되면 이곳에서 금강산을 향해 페달을 밟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가로질러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가보려 한다. 사람들은 땅에다 금을 그어놓고 영역을 구분하였지만, 자연에 국적과 이념이 어디 있겠는가?
“How can you buy or sell the sky, the warmth of the land? The idea is strange to us. If we do not own the freshness of the air and the sparkle of the water, how can you buy them? Every part of this earth is sacred to my people - every shining pine needle, every sandy shore, every mist in the dark woods, every clearing and humming insect is holy in the memory and experience of my people.”
(어떻게 하늘과 땅의 따스한 온기를 사고, 팔 수 있습니까? 그런 생각은 우리에게는 생소합니다. 상쾌한 공기와 청량한 물은 우리의 소유가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사고팔 수 있단 말입니까? 이 땅 구석구석은 내 부족들에게 신성합니다. 반짝이는 소나무 잎, 모래 해변, 짙은 삼림 속 안개, 청소하고 노래하는 모든 벌레들조차 우리 부족의 추억과 경험 안에서 신성합니다.)


시애틀 추장이 땅을 팔라고 한 백인에게 보냈다는 편지이다. 북쪽의 금강산이든 동해의 독도든, 자연은 국적과 이념에 상관없이 소중하고 신성한 존재이다. 수만 년을 이어온 저 산속의 정령은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자신을 소유하겠다고 다투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내 손등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가 나를 소유했다고 주장한들 내가 개의치 않는 것처럼..

해변도로를 따라 자전거는 천천히 내려간다. 왼쪽에는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산들이 따라온다. 눈 안으로 들어온 파란색은 상쾌한 해방감으로 내 작은 세포들을 물들여 간다.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나와 자연 사이에 어떤 인공물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맞이한다. 바로 자연과 나 사이가 텅 비어 있는 경우이다. 빽빽한 건물이나, 자동차, 사람들이 사라진 빈자리에 모든 감각은 남아있는 바다와 하늘과 바람에 집중된다.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바다

 

 

 

 

 

 

 

 

오후 4시 무렵 고성에서 출발한 자전거가 첫 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바다로 흐르는 하천가에는 갈대 늪이 무성하고 새들은 노을이 물든 물 위를 낮게 나른다. 해가 지자 마음은 갈 길 앞에 슬며시 조급해진다.
하지만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꽉 찬 공간뿐만 아니라 꽉 찬 시간이기도 했기에 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는다. 적어도 오늘과 내일, 이 자전거 위에서만큼은 자기와의 싸움 따위는 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했다. 텅 빈 정자에 앉아서 빵 한 봉지를 맛있게 먹고 이동한다.


인증센터의 노을

 

 

 

 

파란 하늘 파란 바다는 붉은 하늘 붉은 바다로 변했고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내가 마주하는 것은 세 알의 조그만 배터리가 비춰주는 10여 미터 앞의 땅과 저쪽 해안 포구의 불빛들뿐이다. 바다가 육지 안으로 밀고 들어온 포구마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을 판다.  이방인의 눈에 그것은 낭만적인 모습이지만 그들에게는 내가 떠나온 것과 마찬가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일 것이다. 속초를 코앞에 둔 지점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포구의 식당에 마련된 테라스에 앉는다. 물회와 오징어순대와 소주 한 병을 놓고 바다를 바라본다. 편하고 좋았다.

 

 

 

 

 

 

 

 

이윽고 속초에 도착했을 때 밤길을 달려서 일정을 더 나갈지, 이대로 오늘 일정을 접을지 갈등이 시작됐다. “아차,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지!” 여행 중 묵게 되는 모텔방은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간판은 제각각이어도 컴컴한 복도와 퀴퀴한 냄새, 잘 살펴보면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침대와 가구, 냉장고 속에 비치된 물과 음료까지 거의 모든 모텔은 동일하다. 일찍 자고 아침에 해 뜨는 것을 보며 출발하기로 한다.

모텔을 나와 부랴부랴 올라선 속초항 앞 다리 위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맞는다. 붉은 태양을 토해낸 바다는 다시 파랗게 물들어갔다. 고개를 돌리니 맞은편 설악산이 해를 받아내고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정이 계속될 것이다. 배고프면 주문진쯤 가서 오징어 회 한 접시를 사서 방파제에 앉아 국수 가락처럼 쫀득쫀득하게 썰어진 그놈들을 붉은 초장에 푹 찍어 먹을 것이다. 회 한 입 입에 물고 소주 한 잔 탁 털어 넣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감길 것이다.

돌이켜 보거니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대가와 고통을 치러야 했던가.
행복은 종종 내가 획득한 돈 혹은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물질로 측정되고, 그 돈을 얻기 위해서 나도 남에게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나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었다. 지금의 회 한 접시도, 소주 한 병도, 커피 한 잔도 모두 그 대가로 얻은 것들이니까. 그리고 이것들을 얻기 위해서 나는 “전쟁터 같은 회사, 지옥 같은 회사 밖”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주문진의 방파제

다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돌리니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바보야,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시원한 바람은 무제한 공짜고, 그 안에서 느끼는 너의 행복과 자유로움도 무제한 공짜야”

렉스코드 대표 함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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